세인트 노예학원2 : 박탈당한 권력

명불허전 무라카미 감독답게 액팅이 매우 좋다. 아쉽게도 90% 이상(2화는 99%)이 리피트 작화로만 채워져 있어서 반복움짤을 연속으로 이어붙인 수준의 영상이 나열될 뿐이고, 각 장면의 연결이나 스토리 진행 따위는 아예 포기한 구성이다. 요즘 시대에 이정도 영상도 감지덕지한 게 사실이지만, 부족한 예산으로 억지로 짜낸 듯한 결과물이라 보기 안쓰럽다.

여캐 성우진은 원작 게임과 동일한 구성이고 남주인공 성우만 추가되었다. 남주인공 목소리는 쓸데없이 멋있는 악역 분위기인데, 정작 작중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그대신 등장하는 엑스트라 남자 성우들의 목소리가 너무 띠껍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남캐 보이스 OFF 설정이 시급하다.
제목의 성(聖)은 세인트(원어는 센트;セント)라고 읽으며, '성노예'라고 읽지는 않는다.(물론 의도된 중의적인 네이밍이다) 다만, (일알못)영어권 사이트 쪽은 Sei Dorei Gakuen으로 검색해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원작은 리퀴드의 학원조교물 게임. 2006년 발매작인 1은 건너뛰고 2021년에 나온 2가 애니화되었지만, 속편 개념이 아니라 별개의 파생작품이기에 1의 내용을 몰라도 상관없다. 원작이 누키게의 수작이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게임판을 권장한다.
애니판은 기본적인 설정만 따왔고 그림체는 전혀 딴판에다 스토리 진행은 커녕 캐릭터 소개조차 제대로 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한 막나가는 초고속 전개를 보여준다. 원작을 모르면 스토리의 온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능욕씬은 비교적 순화되어서 대중적인 취향에 가깝게 바뀌었다.
원작게임 성노예학원 시리즈는 스핀오프 파생작이 많이 존재하는데 2020년에 '성노예학원제(聖奴隷学園祭)'라는 이름으로 리마스터 묶음패키지가 나왔고 최신작 2를 제외한 시리즈가 다 들어있으니 참고.

오랫만에 로리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라 반가운 한편, 캐릭 망가뜨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무라카미 감독 작품이라 복잡한 심정ㅋㅋ 감독 특유의 자멘 가글이나 입가에 꼬털 묻은 연출, 아헤가오 등은 건재하고, 정신사나운 카메라웍과 붉은색으로 번쩍이는 배경으로 눈아프게 하는 점도 여전하다. 소변 관련 연출이 많이 나오는데, 소변 색이 너무 짙어서 거부감이 강하게 든다.

주인공은 천재적인 조교사라는 설정이지만, 작중에서는 조교과정 따위는 생략되고 그저 막장윤간쇼가 줄기차게 이어진다. 로리 속성이 희소종 수준으로 전락한 요즘 야애니에서 로리 쌍둥이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특이할 만한 점. 뛰어난 역동성과 에로함, 과격한 연출은 훌륭하지만, 비슷비슷한 영상이 줄곧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느 시점부터 매너리즘이 느껴지게 된다.